[사설] 서해교전 정쟁화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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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해 교전사태를 전후해 솔솔 불기 시작한 '신북풍설' 이 이젠 내놓고 여야 정치쟁점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젊은 장병들은 생명을 걸고 전선을 지키는데 후방의 국회에선 서해 교전을 정치쟁점으로 몰아가고 있는 꼴이다.

우리 또한 의혹을 잠재울 확실한 방증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불확실한 의혹을 앞에 두고 여야가 정치적 쟁점으로 몰아가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바로 그제 청와대에서 안보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다짐해놓고 뒤돌아서자마자 의혹설로 시비를 벌이니 이래도 되는 것인가.

신북풍론이라면 어마어마한 의혹이 담긴 듯하지만 지금껏 나온 의혹의 근거는 시점이 너무 묘하다는 것이다.

옷 로비 사건.파업 유도설로 여당이 궁지에 몰린 결정적인 시점에 딱 맞춰 북이 경계선을 넘고 선제공격까지 했으니 남북간에 뭔가 교감이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이다.

초기에 '월선 (越線)' 운운하며 늑장대응을 한 것도 의혹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것 외에 다른 의혹이나 정보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안보문제에 있어 의혹이 있거나 뭔가 짚이는 대목이 있다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해 정부측의 확실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 옳은 방식일 것이다.

제기할만한 확실한 단서가 잡힐 때까지는 침묵하는 게 사려깊은 정치인들이 취해야 할 자세라고 본다.

확실한 단서도 없이 '설 (說)' 부터 제기한다면 국민 의혹만 깊게 만들기 때문이다.

야당의 의혹제기 방식도 잘못됐지만 이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방식도 온당치는 못하다.

옳다 잘 걸렸다는 식으로 야당총재를 비난하고 신북풍설은 국론분열행위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시중에서 떠도는 말에 국회가 놀아나며 정작 처리해야 할 대북결의안마저 하루 늦춰가며 이 문제를 정쟁으로 삼고 있다.

정쟁으로 이 문제를 떠들 때가 아니다.

정부 여당은 시중에 나돈다는 그 루머가 왜 나왔는지 사회심리학적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고급 옷 의혹에 파업유도 의혹이 겹친 데다 이런 시점에 서해 교전이 일어나니 이 또한 의혹 아닌가 하는 일종의 집단의혹증세 (?) 인지도 모른다.

여러 의혹들이 제때에 제대로 밝혀졌다면 이런 루머가 유포될 리 없다.

야당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의연하고 당당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제시함으로써 이런 루머가 제풀에 없어지게 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모처럼 합의한 초당적 안보에 충실해야 한다.

안보문제를 정치공세용 (用) 으로 삼아 서로 치고받고 하는 것이 초당적 안보일 수가 없다.

야당 일부가 말하는 신북풍설에 혹 어떤 근거가 있다면 서슴없이 공개해 정부측에 물어야 하고, 정부측은 그에 대해 성실하게 해명해야 한다.

벌써 그런 의혹이 시중에 퍼져 다수 국민들도 알고 있는 터에 책임있는 정치인들이 근거도 없이 정치공방만 벌여서는 안될 것이다.

정쟁이 아니라 의혹해소가 급한 일이다.

이런 일을 두고 서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하는 속들여다 보이는 여야 행태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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