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햇볕정책 존폐 논란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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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해 교전 (交戰) 을 계기로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야당 일각에선 '옷 사건' '파업 유도' 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서해 교전을 야기했을지 모른다는 '신북풍 (新北風)' 의혹까지 제기하며 논의를 확산시키는 중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자민련 소속 일부 의원들까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상호주의원칙을 무시한 햇볕정책은 전면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도 야당의원들은 "햇볕정책이 잘못돼 서해 교전 사태가 발생했다" 며 대북정책을 상호주의원칙에 따라 전면 수정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기존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박준영 (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신북풍 주장과 관련, "목숨을 걸고 싸운 장병들에 대한 중대한 모독" 이라며 한나라당측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 청와대 = 김대중 대통령은 대전광역시 업무보고와 대전지역 인사들과의 오찬에서 "서해 교전 사태를 통해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단순히 화해와 협력이 아니라 한편으론 안보를 확고히 하는 것임이 입증됐다" 며 햇볕정책의 계속적 추진을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햇볕정책은 양면이 있는 것이며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화해와 협력을 통해 남북이 공존하자는 것" 이라고 의미를 설명하고 "통일은 그 다음" 이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한.미간의 공조는 항공모함이 달려오는 등 북한이 오판할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면서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도발에는 단호한 자세를 취하되 그들이 화해와 협력으로 나오면 우리 또한 화해의 길로 가겠다" 고 밝혔다.

한편 박준영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신북풍 발언은 국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모든 것을 음모적.공작적으로 했던 과거의 행태와 시각에서 나온 것" 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이영일 (李榮一) 대변인과 자민련 이양희 (李良熙) 대변인도 "신북풍 운운은 안보의식을 해이시키고 북한 무력도발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위험한 발언" 이라고 비난했다.

◇ 한나라당 = 이회창 총재는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햇볕정책이 급기야 교전 사태라는 엄청난 안보문제를 야기했다" 며 햇볕정책 즉각 폐기를 요구할 예정이다.

李총재는 1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안보상 허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시하고, "북측으로부터 재도발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금강산관광.비료보내기 등 대북지원은 중단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대전 = 이연홍 기자, 김진국.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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