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서해대치' 인식] '그래도 햇볕은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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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해 사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겉보기엔 평소와 다름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제주에서 1박을 하고 13일 오후 3시에야 청와대로 돌아왔다.

전날 제주 업무보고에 참석한 뒤 종일 휴식을 취했다.

보통때도 별일이 없으면 청와대로 서둘러 돌아오곤 했던 金대통령이다.

그러나 서해 사태 와중에 金대통령은 오히려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는 金대통령 나름의 생각이 있는 듯하다.

필요 이상의 긴장조성을 원치 않는 金대통령은 서해 사태라는 단면보다 한반도라는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박준영 (朴晙瑩) 대변인은 "지혜롭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처하고 있다" 고 표현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일반 시민들 사이에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그만큼 정부를 신뢰하기 때문이며 대통령의 냉정한 대처가 주효했다" 고 주장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번 사태로 햇볕정책이 영향을 받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때문에 이번 사태와 관련된 정부의 대응 등 대부분의 발표도 주무부처인 국방부에 일임하고 있다.

황원탁 (黃源卓)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이날 기자들의 브리핑 요청을 거절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준영 대변인도 "국방부가 발표를 전담하는 것을 작전 개념으로 봐달라" 고 주문했다.

그동안 햇볕정책 관련 사안들은 주로 청와대가 발표해온 것과는 대비를 이룬 다.

金대통령은 12일 제주에서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金대통령은 제주지역 인사들과의 오찬에서 "정부는 단호한 태도로 우리 주권과 국토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대처하고 있다" 며 "정부 결심은 확고 부동하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다시 한번 햇볕정책을 강조했다.

철저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한 화해 협력이 햇볕정책의 근간임을 재확인했다.

金대통령은 "햇볕정책은 덮어놓고 유화정책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고 못박았다.

따라서 정부의 강력대응도 햇볕정책의 일환임을 주지시켰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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