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여중고생 흡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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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세기 중엽 유럽에서 담배가 가장 널리 알려지고 보편적으로 애용된 유일한 나라는 스페인이었다.

특히 여성들에 의해 많이 애용된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것은 '보헤미안족 (族)' 이나 '집시족' 같은 유목민의 여성들이 담배를 목숨처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스페인의 유목민 여성들은 도시 여성들에 비해 미모에서 많이 처졌는데 흡연을 '멋' 으로 삼아 남성들에게 잘 보이려 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메리메는 그의 소설 '카르멘' 에서 주인공인 집시 여인 카르멘을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카르멘이 문학작품 속에서 최초의 '담배 피우는 여자' 로 기록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담배 가운데 하나인 '지탕' 의 공식적인 상징이 집시 여인이라는 사실은 또 어떤가.

여성과 담배의 상관관계에 대해 언급하자면 '멋과 매력' 이 강조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문학작품 속에서의 담배 피우는 여성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실제로 담배를 피우는 여성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도 대개는 곱지 않다.

'담배는 건강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는 과학적 경구 (警句) 차원에서만이 아니다.

여성흡연은 여성 자신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눈에도 좀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며, 건방지다고 보이기 때문에 덜 '여성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는 보편적 인식 탓이다.

역사적으로 담배에 대한 최초의 반대가 의학적 차원이 아니라 도덕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사실도 새삼 음미해볼 만하다.

담배가 도입되면서 서양의 성직자들은 담배가 마음을 어지럽히는 약이며 아편성 물질로서 인간을 위협하는 쾌락과 위안의 힘을 가진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런 중독성에 대한 견딜 힘에 있어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약하리라는 사실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한데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흡연율과 남성의 금연율은 정비례해 가는 추세다.

특히 여성의 첫 흡연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니 딱한 노릇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 중.고생 5천명을 대상으로 흡연율을 격년 조사하고 있는 연세대 보건대학원에 따르면 남학생은 91년의 32.4%에서 97년의 35.3%로 완만한 상승률을 보인 반면, 여학생은 2.4%에서 8.1%로 무려 3배가 넘는 빠른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여성흡연이 멋도, 매력도 아님을 일깨워주는 금연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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