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발엔 확고한 대응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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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해의 우리측 바다를 침범한 북한 경비정들이 우리 해군함정과 옥신각신을 계속하고 있다.

아직 상호간 무력충돌로 번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역시 북한의 고의적인 침범행위에 대해서는 우리 해군함정의 '밀어내기' 등 실력행사로 대응하는 수 밖에 없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나, 정부는 많은 국민이 이번 사태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우리의 대북태세에 대해 석연치 않아 하고 있다는 점을 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미 시중에는 "우리 바다가 침범당하는 마당에 무슨 비료 지원이고 모금인가" 라는 비판론이 나돌고 있지 않은가.

북한 경비정은 어제 우리 함선의 저지를 받기까지 한때 북방한계선 이남으로 무려 10㎞나 내려왔다고 한다.

이쯤 되면 더 이상 꽃게잡이 보호 목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무력시위를 통해 북방한계선 문제를 부각시키고, 예정된 남북차관급회담에 영향을 주거나 남한측으로부터 또 무언가 대가를 얻어내려는 술수가 깔려 있다는 추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기본합의서의 '남북불가침 이행 및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는 '남과 북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을 앞으로 계속 협의하되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는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 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비록 자기들이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협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멋대로 우리 바다를 침범한 것이므로 우리로서는 강제로 쫓아내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의지를 앞으로도 계기가 있을 때마다 일관성있게 보여야 할 것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대북정책 3원칙 중 첫번째도 "어떠한 무력도발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가 아닌가.

북한의 고의적인 침범에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차관급회담을 비롯한 남북간 협상에서도 우리의 입지가 약해지고 밀린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도발에 대한 우리측의 초기대응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첫 침범 일자를 하루 뒤로 늦춰 발표했다가 정정한 것이나, '침범' 이나 '도발' 대신 '월선 (越線)' 이라는 마치 북한을 봐주는 듯한 용어를 쓴 것 등이 그렇다.

국방부 일각에서는 한때 서해의 기상이 악화돼 북한배가 제풀에 철수하길 바라는 기류까지 있었다니 말이나 되는가.

햇볕정책의 바탕은 안보태세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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