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水] “그것 끼지 않는 남자랑은 절대 자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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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여학생 여러분! 콘돔도 끼지 않는 남자랑은 절대 잘 생각 하지마세요! 왜 무엇 때문에 뻔히 손해보는 일을 하는 건가요? 성욕? 좀 참으세요. 혼인서류에 도장찍고 자도 늦지 않습니다. 앞으로 무수한 밤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두 젊은 여성 여러분들 것입니다”

가을이 오려는 캠퍼스의 저녁, C동에 모인 대학생 예비 부부들 중 여학생들만 까르르 숨이 넘어갈 듯 웃어댄다. 그 옆에 어쩐지 죄인이 된 듯 몸을 잔뜩 웅크린채 울그락 불그락 얼굴을 붉히고 있는 것은 한창 성욕이 왕성할 때인 20대 남학생들이다.

여성의 성적 자율권이 확대되고 성욕의 발산 역시 과거와는 다르게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자신감과 생의 에너지의 발산으로 때로 적극 권장되기까지하는 21세기에, 지성인 예비부부들을 놓고 '늙은 할망구의 고리타분한 잔소리'를 해대는 중년의 여의사가 무척이나 코믹했나보다.

잔소리 많은 나이 든 할머니들의 가르침 속에는 젊은 여성들이 사귀는 남자와 첫 키스를 할때부터 머릿속으로 피임을 꼭 잊지말라는 조언이 있다. 이성을 그리워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또한 섹스를 나누는 것까지는 인생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없지만 원치않는 임신으로 얼떨결에 아이를 낳게될 때 여성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치명적인 숙명의 굴레에 예속되게 된다. 그것을 그녀들은 경험으로 연륜으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분위기에 취해 술을 많이 마셔서, 그 남자가 그 날따라 너무 멋져보여 혹은 성관계를 맺지않으면 미안해서, 실망시키기 싫어서, 차일것 같아서, 그를 사랑해서, 처녀인게 부담스러워서, 자유분방한 멋진 인생을 꿈꾸며, 혹은 가장 나쁜 경우로 데이트 강간에 의해…등등 남자와 자는 이유도 다양하지만 그 결과로 인생이 흔들릴 수 있는 선택에 직면한다면 한번의 섹스의 댓가치고는 너무 가혹하다. 임신을 하는 순간 미혼의 여성은 몹시 외롭고 고립된 상황에 처해진다. 자신의 자궁 안에서 자라는 새 생명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연민과 책임과 운명에 대한 선택 앞에서 괴로운 고민을 해야하는 것이다.

이 경우 많은 남성들은 무책임한 방관자가 되기 쉽다. 때로 미혼의 여성이 생명을 키워내는 어머니로서 자신의 신체에 대한 충격적인 자각이 충분히 소화되기도 전에 낙태가 결정되기도 한다. 용감히 미혼모를 선택해도 험난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물론 임신을 계기로 결혼이 앞당겨지고 그와 그녀의 얼굴에 행복한 환한 웃음이 가시지 않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부 남자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콘돔 사용을 피하며, 그 댓가를 고스란히 여자들에게 전가 하기도 한다. “미끈미끈한 장화같은 그것을 쓰면 어쩐지 사내답지 못해서, 꼭 비옷 입은 것처럼 성감이 떨어져서, 발기가 제대로 안되어서, 소심해 보여서, 임신시 책임을 회피 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싫어서, 난 에이즈등 성병도 안 걸렸는데 왜…” 등등 역시 이유도 다양하다.

자신의 이기적인 소중한 유전자, DNA가 가득 들어있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고무 비닐에 구속되어 곧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이 그리도 비참해서 일까, 콘돔을 싫어하는 남자들 때문에, 출산과 양육에 따른 부담감이 생명에 대한 존중보다 더욱 더 큰 사회 분위기 때문에 산부인과 병원마다 낙태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한쪽에서는 저출산 대책을 세우라고 야단이면서 말이다.

임신과 양육에 대한 대책이 확실치 않은 미혼 여성이라면 콘돔을 거부하는 남성과는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온갖 그럴듯한, 달콤한 떼쓰는 말들 뒤에는 원치않는 임신, 낙태, 죄책감, 불임, 미혼모 외에도 임질, 매독, 헤르페스등 흉측한 성병들 역시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테레사여성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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