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엄II칩 관세소급으로 PC업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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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PC경기 회복으로 다소 숨통이 트였던 컴퓨터업계에 정부의 '펜티엄Ⅱ 칩 관세 소급 추징' 조치가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관세청은 7일 펜티엄Ⅱ 칩을 기초소자가 아닌 컴퓨터부분품으로 분류, 지난 97년 7월부터 지금까지 수입분에 대한 미납관세를 이달말까지 자진 수정신고하라고 통보했다.

관세율은 ^중앙처리장치 (CPU) 등 기초소자는 97년 4%.98년 2%.올해부터 무관세인 반면 ^컴퓨터부분품은 97년 8%.98년 7.9%.올부터 4%가 적용되고 2000년부터는 양쪽 다 무관세다.

이에 대해 삼텍 등 인텔칩 수입업체는 물론 삼성전자.현주컴퓨터 등 PC업체들은 정부 조치에 즉각 반발하면서 이날 긴급 회동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 추징조치를 전면 거부하는 극단적인 행동까지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소급 적용되는 추징액이 3백7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이를 낼 경우 부도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올해 무관세로 수입된 펜티엄 칩에 4%의 관세율이 적용되면 그만큼 컴퓨터 가격이 올라 회복세를 보이는 PC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이에 관세청은 품목분류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세계관세기구 (WCO)가 지난달 12일 회원국 만장일치로 '펜티엄Ⅱ 칩은 컴퓨터 부분품' 이라는 판정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이들 부품에 대한 추징을 관세부과 유효기간 (2년) 인 이달말까지 완료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유럽이나 대만 등은 관세를 소급적용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만 이를 따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업계측은 "PC업체들이 그동안 박리다매 (薄利多賣) 로 컴퓨터를 팔아 우선 추징금을 낼 여력이 없다" 며 "지난해에는 가뜩이나 적자 판매까지 감수했는데 이제 와서 2년 전 판매 PC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고 항변했다.

이번 조치로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칩 수입업체와 현주 컴퓨터 등 중소PC업체. 이들 업체는 지난해 부도위기를 겨우 모면한 상황에서 추징조치가 이뤄질 경우 무너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부도를 내게 되면 결국 전국의 중소 컴퓨터업계의 연쇄도산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인텔코리아측은 "칩 수입업체로부터 물건을 받는 중소PC업체의 경우 당장은 영향이 없겠지만 곧 그 후유증에 몸살을 앓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호.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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