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리, '김법무 퇴진' 건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여권은 장관 부인 옷 로비 의혹 사건으로 인한 민심이반을 막기 위해 고강도 공직 사정과 세계 (歲計) 잉여금을 활용한 중산층.서민 지원대책을 강구하는 등 광범위한 수습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김종필 (金鍾泌) 총리는 김태정 (金泰政) 법무부장관의 자진사퇴 또는 경질의 불가피성을 제기했고 국민회의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은 당내의 자진사퇴론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일단 유임 원칙을 재확인해 결과가 주목된다.

金총리는 이날 오전 김정길 (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金장관을 경질하거나 자진사퇴시켜야 한다" 는 입장을 전달했다.

金대행도 이날 오후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당내에 金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고 전달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책임지게 하겠지만 원칙을 저버릴 수는 없다" 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金대통령은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당과 정부가 공직자의 몸가짐과 관련한 획기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 고 지시하고 "당정 관계자는 각별히 조심하고 조그마한 잘못도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라" 고 당부했다.

金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공정하게 따지면 본질은 최순영 (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을 상대로 한 2천4백만원의 옷 로비 사건으로 볼 수 있고 金장관 부인은 이를 거절한 미수사건" 이라며 "여론에 따라 희생양을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 고 지적했다.

한편 金대통령은 "올해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어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힐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세계 잉여금을 중산층과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 고 지시했다.

金대통령은 6.3 재선거 패배와 관련, "이번 선거결과는 옷 사건이 주 원인으로, 옷 사건에는 당의 책임이 없다" 며 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의 사의를 반려하는 한편 국민회의가 '3.30 재.보선에 50억원 투입' 기사를 보도한 한겨레신문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형사소송과 언론중재위 제소 중 형사소송을 취하토록 했다.

이에 앞서 金대행 주재로 열린 국민회의 고위 당직자회의는 ▶사직동팀 명칭과 직제를 고쳐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공직사회와 여권 내 반개혁 세력을 명백히 차단해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며 ▶ '최순영 리스트' 와 관련된 여야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한편 분위기 일신을 위해 8월로 예정된 국민회의 전당대회를 앞당기는 방안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있다.

金대행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고 말했다.

이하경.박승희.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