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넥슨 대표, 외형 성장에도 몸집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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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서민 대표이사가 회사가 주최한 게임 개발자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우리 경제는 후폭풍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은 오히려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

해외 수출 비중이 큰 산업 특성상 금융위기 여파인 원화가치 약세가 오히려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메이플 스토리’ ‘카트 라이더’ ‘바람의 나라’ 등으로 유명한 국내 대표 온라인 게임 업체인 넥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민 넥슨 대표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대대적인 조직 효율화 작업을 했다. 수익이 늘어난 상황에서 오히려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서 대표는 “최근 국내 게임 업계의 성장은 언제든 꺼질 수 있는 거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얼마나 갈 지 알 수 없고, 온라인 게임 시장을 둘러싼 국제적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거품에 안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서 대표는 앞으로 닥쳐 올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유연한 조직 시스템▶합리적 판단과 빠른 실천▶시장을 읽는 눈▶탄탄한 개발력▶도전 정신과 실험 정신 등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넥슨은 개발 조직의 분사와 기타 조직 재정비를 했다. 인력을 줄이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조직을 효율화해 경영 환경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하고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데 목표를 뒀다. 기존에 총 10본부, 26실 체제로 운영돼 온 개발 외 조직을 6본부 19실 체제로 축소했다. 중요 의사 결정 권한을 실 단위 조직으로 내려보내고, 최고 경영진과 실무를 맡은 중간 관리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다.

지키기에만 힘을 쏟은 게 아니었다. 넥슨은 꼭 필요한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도 병행했다. 과감하게 외부 게임 개발 업체를 인수·합병한 것은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그간 온라인 게임 시장이 약했지만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북미·유럽·러시아·남미 등에 집중했다. 이미 넥슨은 전 세계 71개국 3억2000만 명의 회원을 기반으로 전사 매출 (2008년 4508억 원)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앞으로는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대표는 “분명한 목적의식과 역량을 가진 기업은 실패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경영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겠지만, 이를 극복해 온라인 게임산업이 한국의 대표산업이 되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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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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