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뚝심…김법무 유임결정떄 6.3 패배 각오한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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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일 청와대의 모습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침통한 분위기는 찾기 어려웠다.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측면 외에 선거결과를 일찍이 예측했기 때문인 듯하다.

김태정 (金泰政) 법무부장관 유임 결정 때부터 선거 패배는 예견돼 왔다.

이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향후 정국운영 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즉 큰 틀의 국정운영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인기영합적 조치는 지양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저 하던 일을 계속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같은 반응 속에는 선거결과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분명히 있다.

박준영 (朴晙瑩) 대변인은 "지역선거이므로 특별히 공식 언급하지 않겠다" 고 했다.

朴대변인은 "옷 사건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며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 이라고만 말했다.

그렇다면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金대통령이 과연 무엇 때문에 재선거 패배를 각오하면서까지 金장관을 유임시켰느냐는 점이다.

개인적 친소 때문만은 분명히 아니다.

아마도 그것은 金대통령의 기본적 국정운영 구상 때문인 것 같다.

金대통령은 연초부터 개혁 완수를 거듭 강조해 왔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는 다시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도 서슴지 않았다.

내각제 논의 연기도 그런 명분 속에 이뤄졌다.

金대통령은 만약 金장관을 여론에 밀려 경질하면 그 모든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음직하다.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정치판 생리를 잘 아는 金대통령이다.

더구나 내각제라는 크나큰 숙제를 남겨두고 있는 金대통령이다.

때문에 더더욱 밀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金대통령은 국회 의석에 연연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金대통령이 취할 정책의 방향은 뻔하다.

개혁을 더 강도높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이날 한결같이 개혁의 계속적 추진을 다짐했다.

朴대변인은 "4대 개혁과 대북 포용정책의 일관된 추진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예상되는 강도높은 개혁 조치에는 조세개선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중산층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국세청장을 교체한 것까지 그것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소강국면에 빠진 재벌 개혁에 다시 불을 댕기는 방법도 청와대로선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당장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구체적 조치들이 취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개혁의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구상이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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