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수사] '반성하자' …고개숙인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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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공동정권 수뇌부 4자회동 등으로 옷 사건에 대한 여권의 수습 방향이 드러나고 있지만, 집권당인 국민회의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검찰의 수사 발표와 김태정 법무부장관의 유임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국민회의 측은 잇따르게 될 공직자 도덕성 강화 및 기강확립을 위한 획기적 조치들이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장 이 사건이 3일 있을 재선거에 미칠 영향도 우려한다.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 주재의 간부회의에선 옷 사건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당의 지지기반인 서민들이 우리 당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金景梓 의원)" 는 냉엄한 현실 진단도 기탄없이 제기되는 등 자성론이 대세였다.

이상수 (李相洙)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구 (舊) 정권과 새 정부가 다른 것이 없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 스스로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 고 했다.

김경재 총재대행 비서실장은 "원래 외교와 내치는 잘 직결이 안되는 것으로, 당과 정부가 내치를 책임져야 한다" 며 "전통적 지지계층인 서민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당정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으로서 확실한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 고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익명을 부탁한 당 관계자들의 비판은 공식회의의 발언수위를 훨씬 뛰어 넘었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정서인데 법적 책임 여부를 잣대로 삼았으니 초점이 한참 벗어난 것" 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옷 로비 의혹을 법 논리로 풀려는 발상 자체를 비판한 것이다.

다른 관계자도 " '金대통령의 수습작업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는 여론을 중시해야 한다" 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옷 사건이 국민의 정부의 진정한 모습을 가리고 있다 (南宮鎭 의원)" 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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