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횡포 잇따라 벌금부과…美 '반독점' 채찍 매섭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세계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MS)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혐의 재판이 1일 재개됐다.

MS는 컴퓨터회사에 프로그램을 끼워팔고 윈도 사용을 강요한 혐의로 미 법무부로부터 제소당해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받아오다 최근 3개월간 휴정했었다.

미 법무부는 MS가 시장독점을 악용했다는 새로운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미 법무부는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슈에 대해 사상 최대규모인 5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90년 이후 전세계에 공급되는 비타민의 가격과 시장점유율을 조작했다는 혐의다.

미 정부의 반 (反) 독점 제재 칼날이 매서워진 것이다.

기업인수.합병 (M&A) 이 봇물을 이루며 시장을 독과점하는 초대형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 이들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커진 때문이다.

◇ 급증하는 제재 = 90년대 들어 다소 무뎌졌던 반독점법의 칼날이 다시 선 것은 97년부터. 대형 M&A의 급증과 전자상거래 시대의 개막이 계기가 됐다.

백악관 기업합병자문위원회도 최근 보고서에서 "M&A 활성화는 바람직하지만 반독점법의 적용은 보다 강화해야 한다" 고 밝혔다.

이에따라 연간 5천만달러 미만이었던 미 법무부 반독점국의 벌금징수 총액은 97년 2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이미 8억달러를 넘어섰다.

또 반독점국과 공정거래위원회 (FTC) 의 조사가 갈수록 끈질기고 강력해지면서 법정싸움을 불사하며 끝까지 대항하는 '겁없는' 기업들도 줄어들고 있다.

기업이미지 타격, 변호사 비용, 기업활동 위축 등을 감안할 때 벌금을 내는 게 되레 낫다는 계산이다.

◇ 세계 각국으로 확산 움직임 = 미국과 일본은 지난 4월 국제적인 담합행위에 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미국과 유럽연합 (EU) 이 독점규제 협력강화 협정을 맺었다.

내년부터는 각국의 서로 다른 경쟁조건을 국제적으로 표준화시키는 경쟁라운드 (CR)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같은 반독점 공조를 바라보는 시각은 양분된다.

우선 제재가 미국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비판이다.

미 법무부의 반독점 벌금부과 순위 '톱10' 에서 미국기업은 2개밖에 없다.

한국의 반도체 빅딜에 대한 FTC의 사전 심의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 의회 일부 의원들이 "반도체 빅딜은 무역협정 위반" 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자칫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관련, 일본의 반독점 협조체제 구축은 미국의 직접규제를 막기 위한 방어막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세계화에 발 맞춰 '공정한 경쟁' 의 세계화가 실현되고 있다며 반독점 공조를 반기는 쪽도 적지 않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