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유령 복귀’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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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특급 마무리 오승환(27)이 1군에 복귀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특이하다. 경기 출전을 위한 복귀가 아니라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조건을 채워주기 위한 1군 등록이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20일 대구 히어로즈전에 앞서 “오승환이 FA 자격을 얻기 위해 1군 등록 일수가 모자란다. 그래서 오늘 등록한 뒤 곧바로 말소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1군 복귀가 팀의 순위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선수를 위한 배려인 셈이다. 이날 1군에 등록된 오승환은 선수단에 합류하지 않고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오승환은 7월 16일 대구 두산전 투구 이후 어깨통증으로 그동안 2군에 내려가 있었다.

선 감독은 “오승환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내년 시즌을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르면 FA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선수는 9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오승환은 2005년 프로 데뷔 후 이번이 다섯 시즌째다. 투수는 정규시즌 규정투구 이닝의 3분의 2 이상을 소화해야 1시즌으로 인정받는다. 또한 1군 등록일수가 150일(2006년부터 145일) 이상 돼야 1시즌으로 간주된다. 오승환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해 1군 등록 일수가 103일에 지나지 않았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인해 등록 일수 40일을 보전받게 돼도 이틀이 모자랐던 것이다. 이에 삼성은 오승환을 이틀간 1군에 등록시킨 뒤 곧바로 말소시킬 계획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삼성은 오승환 대신 다른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주에 권오준·구자운·안지만 등 재활군에 있던 3명을 1군에 올린다. 정현욱·권혁 등 불펜진에 걸린 과부하를 해소시켜 주기 위해서다. 여기에 14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인 윤성환을 22일 SK전에 선발 등판시킨 뒤 25일 대전 한화전에 중간 계투로 투입할 계획이다.

대구=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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