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이세돌-목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소년기사, 마음만 급할 뿐 힘쓸 곳이 없네

제4보 (38~57) =신수 실패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져 백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최초 우변을 갈라쳐갔던 백 두 점은 허리가 잘렸고 그 보복으로 하변에 뛰어든 백◎는 오히려 적의 수중에 떨어졌다. 여기에 백들의 곤마가 백의 행보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이 지옥같은 상황에서도 이세돌은 전혀 기죽는 빛 없이 38로 젖혀간다. 그러나 목진석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39.살려주겠다는 수인데 이 수를 본 이세돌은 비로소 얼굴 가득히 실망의 표정을 떠올린다.

38이 기대한 것은 '참고도1' 의 흑1. 이때 흑은 2, 4로 살아 흑모양을 조각내게 된다. 중앙 공격에 중점을 둔 39는 스케일이 큰 수로 睦4단의 뛰어난 대세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李2단은 40부터 하변으로 전전한다. 이세돌은 남다른 힘과 무용을 지닌 소년기사. 그러나 지금은 마음만 급할 뿐 힘쓸 곳이 없다.

44를 선수한 뒤 46, 48로 끊었다. 맥점을 찌르며 시비를 거는 것이다. 그런데 목진석은 49, 51이 보여주듯 이날따라 냉정.침착해 영 걸려들지 않는다.

그래도 백이 좀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장수영9단은 "백이 집은 좀 벌었지만 중앙이 자꾸 약해져 전혀 이득이 없는 결과" 라고 말한다. '참고도2' 백1은 흑2, 4의 회돌이로 소용없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