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교내총격 히스테리'…사소한 비행도 정학.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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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학부모 "인권침해" 반발 최근 미국내 각급 학교에 학생들의 사소한 비행에도 학교.치안당국이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게 대응하는 이른바 '컬럼바인 히스테리' 현상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지난달 학생과 교사 15명이 숨진 컬럼바인 고교 총격사건 이후 유사한 모방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학생들을 과잉단속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미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미 전역에서 사소한 비행을 저지른 학생들을 정학시키거나 소년원에 감금, 정신감정을 받게 하는 등 과민반응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미국 인권변호사협회도 "최근 부당하게 정학.퇴학되거나 심지어 체포까지 당했다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루이지애나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 마이클 주커스 (12) 는 최근 동료 여학생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정학처분은 물론 2주간 소년원에 구금됐다.

치안당국은 그가 과거 "흉기를 학교에 갖고 오겠다" 는 말을 했다는 일부 학생들의 증언을 들어 그를 '테러위협' 혐의로 법정에 세운 뒤 소년원에 구금시켰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여학생 (14) 은 최근 컬럼바인 고교 총격사건을 주제로 토론수업을 하던 중 "범인들이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이해한다" 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돼 몸수색을 당하고 2주간 정학처분을 받았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한 고교생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친구들과 배설물을 함께 먹고 죽어버리겠다" 는 장난기어린 글을 띄웠다가 이를 테러위협으로 간주한 학교당국에 의해 4일간 정학을 당했다.

9세의 한 초등학생은 자신이 그린 총기 그림을 급우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이유로 정학을 당했고, 작문시간에 핵폭탄을 지니고 등교한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킨 버지니아주의 한 학생은 폭파위협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특히 컬럼바인 고교 총격사건의 범인들이 즐겨 입었다는 트렌치 코트를 즐겨 착용하는 학생들은 경찰의 주요 검문대상으로 떠올랐고, 화학책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은 폭탄제조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경찰의 따가운 눈초리에 시달리기 일쑤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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