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부인 옷로비설] 김태정 법무 잠못드는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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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태정 법무부장관이 사면초가 (四面楚歌) 의 곤혹스런 입장에 빠져들고 있다.

金장관은 28일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 부인 이형자씨의 옷 로비를 둘러싸고 부인 延정희씨에 관한 의혹이 증폭되자 검찰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란 정공법을 택했다.

현직 법무장관이라는 입장 탓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金장관은 延씨가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이형자씨와 강인덕 전장관 부인 사이에 일어난 일이며 나는 두 사람이 타깃으로 삼은 대상일 뿐" 이라며 명예회복을 호소하자 법적 대응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 결과는 둘째치고 벌써부터 金장관의 심한 속앓이가 예견되는 상황이다.

당장 야당이나 시민단체 등은 수사의 공정성을 내세워 金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신의 부인이 고소함으로써 시작된 이번 사건의 수사 상황을 그가 보고받고 지휘할 수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 金장관이 개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金장관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가을 崔회장 비리수사 당시에도 자신과 崔회장과의 친분설이 수사의 걸림돌처럼 나돌자 대검차장에게 "나에게 수사상황을 보고하지도 말고 당신이 전권을 갖고 결정하라" 고 지시한 바 있다.

문제는 여론의 향배다.

延씨의 주장이 허위로 밝혀지는 상황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설사 해명이 모두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金장관의 신분상 의심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고 편파 수사 시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구나 법적 차원을 넘어 검찰 수사에서 고관 부인들의 사치행각이 추가로 드러나 국민 여론이 도덕적 차원의 비난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金장관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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