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교육개혁] 한국은 지금 어떤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교수님, 수업 좀 제대로 듣게 해주세요. " A대 4학년 黃모 (25) 씨는 최근 '영국 소설' 과목 교수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수강생이 1백20명을 넘어 대형 강의실을 쓰는데 마이크 시설이 없어 교수의 말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학부제가 시행되면서 인기학과 전공과목의 경우 수강인원이 1백명이 넘지만 수업방식은 여전히 교수가 칠판에 적거나 강의 내용을 읽어주면 받아적는 일방통행식이다.

교수 1인당 학생수가 지난해 26.3명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가입국가 가운데 가장 많지만 붐비는 강의실을 벗어나 새로운 수업방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연세대의 경우 강의 내용을 미리 교수가 인터넷에 띄워놓고 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사이버 수업' 은 전체 2천3백여개 강의중 31개 뿐이다.

이 학교 신방과 김영석 (金永錫) 교수는 "사이버 수업 역시 수강생이 1백명을 넘을 경우 학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해주기 어렵고, 과제 채점에도 많은 시간이 든다" 고 고충을 토로한다.

학생들의 불만도 만만찮다.

학내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포트 수가 적기 때문에 게임방에 찾아가 사이버 수업을 들어야 할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런 가운데서도 한 강좌를 여러 명의 교수가 나눠맡는 '팀 티칭' 이나 소규모 토론식으로 진행하는 수업 등은 서서히 세를 넓혀가고 있다.

서강대 교양과목인 '현대사회의 이해' 는 언론.사회, 법학.정치학과 교수들이 나눠 진행하며 '역사란 무엇인가' 과목 역시 한국사.동양사.서양사 교수들이 출동한다.

이화여대 역시 올 1학기부터 철학.종교.과학의 논쟁 (蘇興烈교수) 등 4개 기초핵심 교양과목의 경우 담당교수가 75분 강의한 후 조교들이 75분을 소규모 토론반으로 나눠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