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청소년에 외면받는 청소년 상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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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전국 곳곳에 설치된 청소년 상담소가 이용하는 사람 없이 무용지물이 돼가고 있다는 보도를 들었다.

이같은 결과는 학생들의 입장과 처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운영을 하는데서 나온 문제가 아닌가 싶다.

먼저 청소년 상담전화나 신고엽서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반드시 밝히도록 돼 있어 신고 학생들에게 불안감과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곳을 찾는 학생은 대개 심리적 고충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신분 노출로 인한 위험부담이 있어 솔직해지지 못하는 등 역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학원폭력 피해자의 경우 가해학생으로부터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신고 혹은 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또 작성된 신고엽서는 가해학생.피해학생.신고학생을 대면시켜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다.

한두명의 문제가 아닌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에 의한 경우에는 이런 제도가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우려 때문에 학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청소년을 위한 제도는 청소년의 눈높에에 맞춰야 하는 게 당연한데 그 간단하고도 당연한 것을 잊은 게 아닐까. 처음부터 무조건 실명을 요구하지 말고 상담원과 대화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나가게 하는 등 상담의 실효를 얻을 방법을 찾아봤으면 한다.

또 이러한 제도를 운영할 때는 몇명의 청소년 대표들과 함께 의논을 하는 등의 작은 배려가 더해졌으면 한다.

김애영 <충남천안시성정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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