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행 발언' 파문] 우발사고냐 준비된 '실언'이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민회의 김영배 (金令培) 대행의 연내 내각제개헌에 대한 부정적 발언이 공동여당내에 또다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회의는 21일 金대행의 발언 직후 윤호중 (尹昊重) 부대변인 등을 통해 "지난 4월 9일 여권 수뇌부 4인이 합의한 '내각제 개헌논의 8월말까지 유보' 를 전제로 한 원론적 얘기" 라고 진화에 나섰다.

연내 개헌을 반대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金대행은 자민련 박태준 (朴泰俊)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진의가 아니다" 며 사과했다.

그러나 金대행의 이날 발언은 '연내 내각제 개헌 가능성' 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효과를 노린 의도적인 발언으로 비춰지고 있다.

최근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의 미국 방문과 2여의 중선거구제 합의 움직임 등으로 자민련내 충청권 내각제 강경파의 입지가 약화된 틈새를 노려 일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자민련 김종호 (金宗鎬) 부총재가 17일 김종필 (金鍾泌) 총리를 독대한 뒤 "연내 내각제 개헌이 안되면 JP가 공동정부를 떠날 것" 이라고 발언한데 대한 경고라는 시각도 있다.

일부에서는 金대행이 경제회복과 개혁의 미완성을 개헌 유보의 명분으로 꺼낸 것에 주목한다.

여권 핵심부의 의중을 대신 밝혔다는 것이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둔 金대행의 여권내 입지 강화 의도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반면 金대행이 '우발적 사고' 를 낸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金대행이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정동채 (鄭東采) 기조위원장 등과 사전에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문제의 발언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내심 불쾌한 모습이다.

김학원 (金學元) 사무부총장은 "내각제 합의도 깨고 8월말까지 거론을 중단하자는 합의도 깬 2중의 약속 파기" 라며 분개했다.

그러나 공식 반응의 수위는 최대한 낮췄다.

눈앞에 닥친 6.3재선거를 의식한 것 같다.

이하경.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