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3각 뇌물공생 요지경 상납비리 백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표적 공기업인 한전과 그 자회사인 한전정보네트웍이 뇌물을 매개로 정보통신업체들과 '악어와 악어새' 처럼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한전과 한전정보네트웍의 직원들은 정보통신사업을 진행하면서 업체들로부터 끊임없이 금품을 받았고 업체들은 사업비를 부풀려 뇌물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전정보네트웍에서 정보통신업체와의 하도급 계약을 담당했던 表모 (42) 차장 등은 검찰에서 다양한 형태의 한전.한전정보네트웍.하도급업체의 '3각 비리' 를 털어놨다.

◇ 공사.납품가 증액 = 한전정보네트웍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정보통신업체는 인건비.부품비 등을 실제 가격보다 부풀려 계약을 체결한 뒤 부풀려진 금액을 한전정보네트웍 사업담당자에게 전달했다.

表씨는 "통상 30% 정도 공사비가 증액되며 증액된 돈 전부를 업체로부터 되돌려 받아 검수직원 등에게 건당 수십만~수백만원씩 건넸고, 한전의 고위간부가 계약을 지시할 경우 증액된 공사비는 곧바로 그 간부에게 전달되는 게 관행" 이라고 진술했다.

◇ 허위 계약서 작성 = 한전정보네트웍 하도급 계약 담당직원이 실제로 집행되지 않은 사업.납품 계약서와 계산서를 발행해 정보통신업체가 대금을 청구하도록 한 뒤 돈을 돌려받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K발전소 전산프로그램 보완공사 과정에서 한전정보네트웍의 담당과장이 2천여만원짜리 허위계약서를 발행, 돈을 입금시킨 뒤 돈을 다시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 고 밝혔다.

◇ 금품 요구 = 한전정보네트웍 직원이 다음에 있을 공사.납품 때 정산해 주는 것을 전제로 업체 대표 등에게 현금과 물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금의 경우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르렀고 1천만원이 넘으면 '차용' 형식을 갖추지만 갚지 않는게 관행이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97년 한전정보네트웍 간부가 1억5천만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해 빌려줬지만 아직 절반도 돌려받지 못했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한전정보네트웍의 실무 담당자가 하도급 대가로 7백만원 상당의 컴퓨터 두대를 요구해 가져다 줬으며 비용은 다음 공사.납품대금에 포함시켰다" 고 밝혔다.

이상언.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