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판 햇볕정책 중동평화안 이행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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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예루살렘=연합]17일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에서 노동당의 에후드 바라크 (57) 후보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12%차의 압승을 거뒀다.

개표 결과 (일부 부재자표만 미개표) 바라크 후보가 56%의 지지를 얻어 44%를 획득한 네타냐후 후보를 누르고 새 총리에 당선됐다.

총리선거와 함께 실시된 1백20명의 크네셋 (국회) 의원 선거에서도 바라크를 공동후보로 내세운 노동당.게셔당.마임마드당 등 좌파 연합체인 '하나의 이스라엘 (One Israel)' 이 27석을 획득, 최다 의석을 확보했으나 현재의 노동당 의석수 (34석) 보다는 7석이 줄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은 96년 총선때 획득한 32석보다 13석이 줄어든 19석을 얻는데 그쳤다.

네타냐후는 패배를 인정하고 리쿠드당 당수직을 사임했다.

반면 유대교 정통파정당인 '샤스 운동' 은 17석 (기존 10석) 을 획득해 제3당으로 떠올랐다.

바라크는 유대인 정당들과 연립정권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바라크는 당선 직후 "앞으로 1년 안에 레바논 남부 점령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겠다" 고 선언, 중동평화협상에 신축적인 자세를 보였다.

병력철수가 가속화하면 그만큼 중동 평화정착도 빨라질 전망이다.

최대 현안인 팔레스타인 독립도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바라크는 '땅과 평화를 교환한다' 는 93년 오슬로 협정과, 그 협정의 실천방안을 담은 98년 와이밀스협정의 성실한 이행을 다짐해왔다.

그는 이 협정정신에 따라 팔레스타인해방기구 (PLO)가 군대를 창설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한다면 팔레스타인 독립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시리아와 분쟁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의 반환에 대해서도 일부 지역을 양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바라크의 앞날에 탄탄대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 내부 강경파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안보우선을 주장한 네타냐후를 지지한 유권자는 40%를 넘는다.

이슬람 원리주의만큼이나 유대교 원리주의자들도 비타협적이다.

아랍측의 대응도 변수다.

바라크가 레바논 남부 점령지에서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발표하던 그 순간에도 반 (反) 이스라엘 조직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을 향해 수십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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