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선천성 이상아 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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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선천성 기형이나 장애를 가진 아기의 임신.출산이 크게 늘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계에서는 선천성 이상아 (異常兒) 의 비율을 전체 신생아의 2~3%쯤으로 보고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은 국내 신생아 1백명 중 5~6명이 신체기형.대사장애.정신지체 등의 이상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조사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선천성 이상아에 대한 전국적 조사가 한번도 실시되지 않았을 정도로 정부 차원의 실태파악과 원인분석 노력은 부족하다.

울산대 병원 소아과가 대한신생아학회지에 낸 논문에 따르면 지난 92~96년 이 병원에서 태어난 9천4백38명 중 4.9%인 4백81명이 소화기관.심장 등에 구조적 장애를 지닌 기형아였다.

이는 85~90년 수치 (8천4백72명 중 2.6%인 2백18명) 의 갑절 가까운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의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91~95년 이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은 임신부 1만3천6백52명 중 5.1%인 6백94명의 태아가 기형으로 진단됐다.

연도별로는 91년 2.1%, 92년 3.7%, 93년 5.7%, 94.95년 6.4%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상태아 중 염색체 및 초음파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35%나 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의료보험연합회 집계를 봐도 선천성 이상 때문에 입원진료를 받은 환자가 91년 2만6천6백79건 (같은 환자의 중복입원 포함)에서 93년 3만3백89건, 95년 3만2천5백37건, 97년 3만3천9백3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울산대 병원의 기형아 비율 4.9%를 국내 연간 신생아 67만명에 적용하면 약 3만3천명. 여기에 출생시엔 확인되지 않는 뇌성마비.대사장애.자폐증 환자가 매년 4천명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돼 연간 출산되는 선천성 이상아는 3만7천여명 (5.5%) 으로 추산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박용균 원장은 "진단기술의 발달로 이상아 발견율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실제 환경오염 등의 영향으로 이상아 임신.출산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정신지체나 가벼운 언청이 등을 제외한 중 (重) 기형아 발생률만 3~7% (연평균 5%) .지난 1월 세계보건기구 (WHO) 는 전세계 신생아 중 5%에게서 기형이나 암.천식.당뇨 등의 선천성 이상이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취재팀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전문의들의 추산을 종합한 결과 사산 (死産).자연유산되는 이상아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전체 태아의 13%로 추정된다.

또 태아가 기형임을 미리 확인한 후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낙태하는 숫자도 출산되는 기형아 수와 맞먹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낙태반대운동연합 최정윤 간사는 "우리 설문조사에 따르면 낙태 경험자 가운데 3.4%가 이같은 이유로 아이를 지웠다" 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이상언.강찬수.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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