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여 '몸조심', 5공 '입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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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18 광주 민주화운동 19주년을 맞는 여권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다.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

5.18 진압쪽이었던 5공출신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 청와대.국민회의 =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8일 광주의 기념행사에 불참한다.

대신 김종필 총리가 광주로 내려간다.

당초 20일로 잡혔던 광주.전남 지방행정개혁 보고회의도 金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이후인 다음달 초로 미뤄졌다.

국민회의에서는 김영배 총재권한대행의 광주행에 당8역 중 장영철 (張永喆) 정책위의장.김옥두 (金玉斗) 지방자치위원장 등 두사람만 동행한다.

물론 광주.전남 지역의원들이 다수 참석하긴 하지만 요란스러운 분위기라고는 할 수 없다.

여권이 5.18을 차분히 맞는데는 국정관리와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다.

현 정권이 5.18을 정점으로 하는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세력이지만 지나치게 부각할 경우 호남지역 정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드러낼 수 있다는 걱정이 있는 것이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17일 "5.18 의미를 적극 과시하는 것이 배타적으로 비쳐질 수 있고, 박정희 전대통령과의 역사적 화해를 통한 국민통합 성취라는 金대통령의 국정관리 구도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 이라고 소개했다.

설훈 (薛勳) 의원도 "전 국민이 자연스럽게 의미를 알 수 있을 때까지 당분간 차분히 지켜보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 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사정이 달라질 것 같다.

한 관계자는 "집권후 2년간 조용히 있었던 만큼 5.18 2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뭔가 뜻있는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화갑 (韓和甲) 특보단장, 김옥두.설훈 의원, 이해찬 (李海瓚) 교육장관.이문영 (李文永) 아태재단이사장 등 '5.17 김대중내란음모사건' 관련자들이 17일 회고모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내년 20주년을 앞두고 이 사건을 재조명하는 행사의 준비를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 5공 출신 = 전두환 (全斗煥) 전대통령측은 입을 다물고 있다.

연희2동쪽 관계자들은 당시 상황의 본질에 대해 물어도 "얘기하면 길어진다" 며 언급을 자제했다.

全전대통령의 비서관 민정기 (閔正基) 씨는 "지난 20년 동안 수도 없이 한 얘긴데 지금 다시 하란 말이냐" 며 "全전대통령이 재임 때와 퇴임후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밝힌 입장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고 설명했다.

全전대통령은 95년 검찰에 제출한 5.18 관련 답변서에서 "당시 김대중씨가 주도한 국민연합이 학생시위를 배후조종, 정부전복을 기도했기 때문에 비상계엄 전국확대조치를 했다" 며 5.18 민주화운동을 '반국가적 행위' 로 규정했다.

이같은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반대편에 서있던 金대통령이 집권하고 있고, 그쪽과 화해를 모색하고 있는 판에 과거문제를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인 듯하다.

국민화합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봉합' 하고 넘어가자는 입장이다.

閔비서관은 "당시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과 작전명령을 수행한 일부 군인들의 희생이 있었던 점에 대해 유감" 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할 입장도 아니다" 고 선을 그었다.

全전대통령은 지난번 기자들에게 국민화합을 위해 광주를 방문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서도 '정치적 목적이나 사과를 위한 방문은 있을 수 없다' 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하경.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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