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인도네시아 유혈충돌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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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가 운명을 가름할 두개의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인도네시아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44년만에 처음인 민주총선이 다음달 7일 치러지고 8월에는 동티모르 독립선거가 실시될 예정. 11월에는 국민협의회 (국회+지방대표+단체대표)가 대통령을 선출,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권력구도 만들기가 마무리된다.

이런 가운데 아체.동티모르.이리안 자바에서는 독립.종교.부족을 둘러싸고 민병대와 군부의 유혈충돌이 확산되고 있다.

군부의 위상도 흔들리고 자금줄을 쥔 화교들은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위크는 "인도네시아가 화합과 분열의 기로에 서 있다" 고 보도했다.

◇ 총선 = 15일 등록 마감결과 48개 정당이 난립양상을 보였다.

실질적으로는 하비비 대통령이 이끄는 골카르당, 국민적 인기가 높은 메가와티 여사의 투쟁민주당, 유력 이슬람교 단체를 배경으로 한 국민각성당과 국민신탁당, 수하르토 시대에도 끈질긴 야당활동을 해온 개발통일당의 5개 정당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현지신문인 자카르타 포스트 등은 "어느 정당도 단독 과반수가 어려워 연립정권 구성이 불가피하다" 고 보도, 정치혼란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론조사 결과 여당인 골카르당이 30~35% 정도의 의석을 차지하고 이슬람교 정당들과 연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으로는 하비비 대통령과 위란토 국군사령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이 제대로 치러질지 불투명하다.

군대와 원주민, 이주민의 유혈충돌이 일어난 수마트라의 아체특별구와, 종교갈등을 빚고 있는 이리안 자바에서는 조직적 투표방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카르타에 있는 동남아 최대의 이슬람교 사원에서 폭탄이 터지고 아체특별구에는 지난주에 이어 15일에도 군대와 분리독립요구 원주민간 충돌로 10명이 사망했다.

3개 정당이 참가한 97년 총선에서 2백명이 희생된 사실을 들어 골카르당의 관계자는 "선거 결과보다 군과 경찰의 치안유지가 관건" 이라고 말했다.

◇ 동티모르 독립선거 = 인도네시아와 포르투갈이 독립선거를 실시하기로 합의, 8월의 주민투표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6월 총선에서 이 지역에 배당된 4석의 국회의석을 독립파가 차지할지, 반독립 민병대 지지파가 당선될지에 따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위란토 국군사령관의 중재로 양파의 유혈충돌은 중지됐지만 총선 결과가 독립파의 승리로 돌아갈 경우 사태는 악화될 전망이다.

현지 주둔 군사령관들은 반독립 민병대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지신문들은 "선거를 감시할 유엔 파견단이 현지에 들어가고 있지만 독립 지지파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자카르타 등으로 도피한 상태" 라고 전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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