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노사 대화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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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대병원 노조의 파업철회에 이어 어제 파업을 예고했던 서울시지하철 노조, 그리고 각 병원 노조들이 파업을 유보하거나 거둬들임으로써 파업이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천막노숙투쟁을 벌였던 금속산업연맹도 오늘 민주노총 차원의 민중대회를 끝내면 장외투쟁을 마칠 것으로 보여 민주노총의 5월 장외투쟁은 마무리돼 가는 느낌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진정 반가운 일로 나아가 노사평화가 정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돌이켜보면 올해 민주노총의 2차에 걸친 총파업 결과는 노동계 자체 분석대로 조직역량의 부족에 연유하는 바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노조활동이 합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으면 외면받고 국민의 지지 없이는 노조의 입지 (立地) 가 좁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정부나 기업 구조조정은 제자리이면서 일방적 고통을 강요한다는 등 노동계의 요구가 상당부분 절실함에도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경제위기 속에 2백만 실업시대를 겪으면서 노동운동을 둘러싼 여건도 그만큼 급변하고 있음도 노동계로서는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노사안정은 노사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오지 않는다.

노동계도 굳이 이번 파업철회를 후퇴나 패배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노사갈등의 빠른 수습으로 이제는 사용자측도 성의있는 교섭에 최선을 다해야 할 차례다.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과 별도로 이달 말부터는 각 단위사업장에서의 임금.단체교섭도 본격화된다.

노사 모두 최대한 성실한 교섭으로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마침 노사정위원회의 입법화도 마무리돼 상설 정책협의기구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한때 노사정위 무용론도 높았으나 고통분담을 통한 위기의 공동극복이라는 초심 (初心) 을 상기한다면 대화의 장 (場) 으로서의 기능은 충분하다고 본다.

정부는 최근 민주노총이 불법파업을 취소하면 근로시간단축 등 노동현안에 대해 노동계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음을 밝혔고 민주노총도 이제까지 사용자측을 배제한 정부와의 직접교섭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노사정 동수로 '노동시간 단축위' 를 구성하자고 화답 (和答) 해 대화분위기가 돌아오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방적 굴복이 아닌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다.

노동계의 장외투쟁 마무리가 화합적 노사관계의 전기로 살려져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해결 능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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