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회사지분 못판다"외자유치 협상중단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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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기가 호전되고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한참 어려웠을 때 급하게 추진했던 각종 외자유치 협상이 무효화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금사정이 극도로 어려울 때 한푼이라도 외자를 더 들여오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했으나 최근 금리가 안정되고 주가가 뛰면서 다소 여유가 생기자 더 이상 헐값에 회사를 팔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다.

한국통신프리텔은 11일 미국 투자전문업체 켈러한사로부터의 외자도입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통프리텔 이상철 (李相哲) 사장은 "켈러한의 자본투입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3차례나 연기돼 협상을 중단키로 했다" 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켈러한과 4천7백여억원에 지분 20%를 넘기기로 투자의향서까지 교환했지만 켈러한의 대금 납입이 계속 연기됐다는 것. 그는 "이번 결정에 대해 손해배상 등 어떠한 법적 책임도 없다" 고 덧붙였다.

한통프리텔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최근 주가가 크게 뛴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사장은 "켈러한과 체결했던 매각조건은 주당 1만7천원이었지만 최근 3주간 주가가 급등, 2만8천원선에 이르렀다" 며 "우량기업의 주식을 외국기업에게 헐 값에 팔 수는 없지 않느냐" 고 반문했다.

데이콤 역시 주당 6만원선에 NTT로부터 2억4천만달러를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정보통신부가 주가가 크게 오른 점을 들어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반대했고 주요 주주들이 이를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제2시내전화 업체인 하나로통신 역시 주가가 1만원선일 때 추진하던 외자도입 협상을 유보, 협상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했으며 다른 업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윤현수 코미트 M&A 사장은 "기업을 팔아달라는 매각 의뢰가 줄었고, 이미 나온 물건의 매각 조건도 까다로와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대외신인도를 약화시켜 다른 기업의 외자유치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민호.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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