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소선거구서 중선거구로 선회한 속사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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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오랫동안 궁리해 내놓은 국회의원 소선거구 - 정당명부제 단일안을 지난 8일 하루만에 번복한 속사정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전국정당과 돈 적게 드는 선거를 위해 이미 중선거구제가 불가피하다는 결심을 굳혔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金대통령에게 한 각 당의 16대 총선 예상 의석 보고에서도 중선거구제가 국민회의에 불리하지 않은 제도였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15대 총선과 대선, 지난해 지방선거때의 각 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내년 총선 예상 의석을 시뮬레이션 (모의 선거) 한 적이 있으며 그 결과가 金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시뮬레이션은 의원 정수를 2백70명으로 줄이고 지역의원과 정당명부 (비례대표) 의원을 각각 1백80명.90명으로 전제해 1구 2~4인의 중선거구제를 가정해 시행했다.

결과는 국민회의 1백10석 (현재 1백5석) , 한나라당 1백10석 (1백34석) , 자민련 50석 (54석) 수준으로 나왔다는 것. 따라서 어떤 선거구제를 선택해도 국민회의의 제1당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고, 그렇다면 각 정당이 자신의 취약지역에 의원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제도를 택해야 한다는 결심을 金대통령이 했다는 것이다.

또 자민련과의 연합공천에서 잡음을 좀 더 줄일 수 있는 쪽이 중선거구제라는 점도 고려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金대통령은 이런 뜻을 김정길 (金正吉) 정무수석과 김영배 (金令培)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에게 전달했고, 자민련 박태준 (朴泰俊) 총재 역시 金대통령과 단독대화를 통해 교감이 있었기에 번복과정이 신속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는 가타부타 일절 말이 없었다고 한다.

번복사태에 대해 자민련쪽의 반발이 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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