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화제] 금호미술관 우제길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우제길 (57) 씨는 강연균.황영성씨 등과 함께 호남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20년이 넘게 '빛과 어둠' 이라는 주제를 붙들고 그 두 요소가 빚어내는 절망과 희망의 세계를 캔버스에 마스킹 테이프와 유화물감을 이용한 '조각같은 회화' 로 선보여왔다.

12일부터 열리는 금호미술관 (02 - 720 - 5114) 초대전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작업은 조각 재료 중 가장 섬세하고 예리한 느낌을 주는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조각품을 연상시킨다.

또 현대미가 물씬 풍기는 도시 건축물을 유화로 옮겨 그린 듯한 인상도 준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그 찰나적이고 정밀한 '사이' 와 '틈' 을 수많은 평면을 켜켜이 쌓아올리는 '중첩' 의 기법을 택해 잡아내고 있는 것이 특징. 그 정밀성은 작업방식의 특이함에서 비롯된다.

일단 캔버스에 아주 기초적인 선들로 드로잉을 한 후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물감을 칠한다.

마스킹 테이프를 떼어냈을 때 색이 칠해진 부분과 칠해지지 않은 부분의 경계선이 예리함을 잃지 않도록 손바닥과 손가락을 이용해 물감을 펴바른다.

이런 과정이 수없이 되풀이되면서 화면에는 명도와 채도가 다양한 수많은 선과 각들이 자리잡게 된다.

날카로운 금속성의 파열음이 들리는 것 같은 그의 작품은 실제로 화면 밖으로 끄집어내져 입체화되기도 했다.

93년 대전 엑스포때 유명 디자이너 이광희씨가 그의 그림을 그대로 프린트한 의상을 선보였던 것. 이번 전시 오프닝에는 이광희 부티크에서 3명의 패션모델이 그 의상을 입고 등장할 예정. 전시장에 마네킹도 설치된다.

4백~5백호짜리 대형 작품들 위주로 꾸며진다.

6월6일까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