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이 백련암 서고에서 발견한 십현담 언해를 공개했다. [백성호 기자]
해인사 백련암 감원(암자를 감찰하는 스님)인 원택 스님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백련암 서고에서 장서를 정리하던 중 『십현담 언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10년간 두문불출하며 정진하던 성철 스님(1911~93)이 성전암 문을 박차고 나와 1965년 문경 김용사에서 열었던 첫 공식법문 내용도 ‘십현담’이었다.
원택 스님은 “백련암 서고에 약 5000권의 책이 있다. 큰스님(성철 스님) 생전에 제자들은 서고 근처에 얼씬도 못했다”며 “스님께선 책을 함부로 빌려주신 적이 없고, 또 책을 빌려오면 돌려주신 적도 없었다”며 책과 서고를 아꼈다고 했다. 성철 스님 생전에는 가을마다 서고에서 책을 꺼내 말렸다고 한다. 그런데 입적 후에는 서고 관리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원택 스님은 “이를 지켜보던 불필 스님(속가 시절 성철 스님의 딸)이 ‘서고를 너무 소홀히 다룬다’고 하여 새삼 정리를 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십현담 언해』는 문화재 서지목록과 국립도서관 및 각 대학의 서지목록에도 기록되지 않은 희귀본 또는 유일본으로 추정된다. 원택 스님은 “18일 서지 전문가들에게 정식으로 조언을 구하려 한다”고 밝혔다. 서병패 문화재 전문위원은 “언해본의 한글에는 반치음(ㅿ)과 옛이응(ㆁ)이 쓰이고 있어 16세기 중엽 국어사와 서지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간담회 말미에 원택 스님은 “이렇게 귀한 게 있는 줄도 모르고 서고 열쇠를 시자들에게 그냥 맡기고 살았는가 싶다”며 서고 정리와 관리를 더욱 꼼꼼히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