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고리대금 '사라킹' 불황타고 급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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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에서도 한때 도입이 검토됐던 대금업 (貸金業) 이 일본에서는 성장산업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대금업이란 개인을 상대로 급전을 고리 (高利) 로 빌려주는 '돈장사'. 일본에서는 샐러리맨들이 자주 이용한다고 해서 샐러리맨의 일본식 발음에서 따온 '사라' 와 돈을 뜻하는 '킹 (金)' 을 합쳐 속칭 '사라킹' 으로 불린다.

대금업이 급성장한 배경은 장기불황. 불황의 여파로 소득이 줄어들자 모자라는 돈을 대금업자들에게 신용으로 빌려쓰는 일본인들이 해마다 크게 늘어난 것.

최근 은행들이 부실채권에 눌려 대출을 제한한 것도 대금업자들에게 수요가 몰리는 원인이다. 일본 전국에 등록업체만 3만개에 달하며, 이들의 대출잔액은 불황이 시작된 90년 2조9천억엔에서 최근 7조5천억엔으로 늘었다.

대금업자들의 대출금리는 연25~26%.은행의 대출금리 (연 2%정도) 와 비교하면 턱없는 고리다. 그래도 고객들은 줄을 잇고 있다.

이제는 기업형 대금업자도 나와 다케후지.아코무.프로미스.아이푸르 등 4사가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다케후지와 아코무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4천억엔에 육박하는데 이는 사쿠라은행과 비슷하며 다이와은행의 두배가 훨씬 넘는 규모다. 이들의 이익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업계 1위인 다케후지의 지난해 당기순익 (예상치) 은 1천7백억엔, 2위인 아코무는 1천1백억엔에 이른다.

서비스경쟁도 치열하다. 모든 점포를 컴퓨터로 본사에 연결, 고객의 신용상태를 즉시 파악해 '30분내 대출' 을 해주는 곳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잖다. 워낙 고금리다 보니 파산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예컨대 몇군데 대금업자를 돌며 2백만엔을 빌릴 경우 6년후에는 원리금이 1천1백83만엔에 달한다.

이때문인지 지난해 일본의 개인파산은 10만3천8백3건으로 1년새 무려 46%나 늘어났다.

도쿄 = 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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