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끝에 '칼'뽑는 이회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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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출마 결심으로 6.3재선거는 정가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의 출마로 재선거는 과거 어느 재.보선보다 치열한 여야 전면전 양상을 띠게 됐다.

또한 그의 당락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李총재는 그동안 자신의 출마설이 나올 때마다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왜들 그러느냐. 젊고 유능한 인물이 나올 것" 이라며 일축해왔다.

15대에 의원 (전국구) 을 지낸 사람이 다시 원내에 들어가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도 밝혀왔다.

그런데 李총재가 갑자기 많은 함정이 놓여 있는 재선거 출마카드를 빼든 것은 더 이상 여당 독주를 방치할 수 없다는 비장한 결심 때문이다.

7일 오전까지도 李총재는 외부에서 젊고 참신한 인사를 영입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주요 당직자와 측근들이 차례로 총재실을 찾아 출마를 권유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李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선언한 제2의 민주화 투쟁을 효과적으로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는 李총재의 직접 출마가 불가피하다는 측근들의 건의를 전폭 수용한 것이다.

더군다나 여당이 지역연합의 연합공천 방침을 밝히면서 수도권 의원과 지구당위원장들은 바짝 긴장해 있다.

수도권 재.보선에서 번번이 여당에 참패하면서 연합공천의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李총재가 직접 출마해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켜달라" 는 수도권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李총재로서도 수도권 총선을 위해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또 여당이 협상보다 '날치기' 라는 밀어붙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마당에 야당 총재가 원외에 있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도 배경이 됐다.

李총재는 당선될 경우 누구도 흔들기 어려운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낙선한다면 李총재 자신은 물론 한나라당도 엄청난 충격에 휩싸일 것이 뻔하다.

16대 총선에서 수도권의 전망도 비관적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여당의 대대적인 李총재 흠집내기에 시달려야 하고, 당내에서도 비주류의 거센 도전이 이어질 게 뻔하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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