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세상에서 소금이 되라던
오늘도 그 말씀이 담금질로 다가옵니다.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고 한
그 말씀이 떠오릅니다.
아주 작은 풀꽃으로 바람에 떠는
나에게 언덕바지가 되어주신 당신
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둥근 해처럼
내 마음을 담금질했습니다.
수만의 햇살들로 뜨거운 체온으로
나를 덥혀오셨습니다.
그러나 내가 선 언덕바지에선 아직도
바람이 와르르 와르르
더 큰 소리로 울며 쓰디 쓴 현실 속에서
당신을 부릅니다.
몇 번 몸부림을 쏟아냅니다.
어머니
오늘도 가만히 부르면
마르지 않는 강물 소리처럼 당신은
내 속에 흐르고 있습니다.
산자여 따르라 노래소리 들리던 고향섬
좁고 후미진 골목을 빠져 나올 때
담장 옆 긴 그림자 날리며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던
당신이 낡은 사진처럼 보입니다.
수많은 씨앗 다 뱉어낸 마른 깍지처럼
날아갈듯 야윈 몸으로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아직도 다 건네지 못한 사랑과
사연이 있다는듯 지켜보십니다.
누군들 당신의 마음에 가 닿으면 5월의
싱그럽고 연한 나뭇잎 되어 살랑거리지 않겠습니까.
아득한 그리움으로 설레이지 않겠습니까.
어머니
해마다 이 날이 오면
높푸른 아스라한 하늘로 고개 쳐들어
불러봐도 목이 메입니다.
고향의 산발치에 줄지어선 가문비나무들이
있는 힘 다해 제 푸름을 익혀갈 것입니다.
잔잔히 밀리는 그리움이
형상이 있는 것은 다아 귀하다고 한
당신의 뜻으로 자라오르고 있습니다.
[노향림은…]
▶70년 시 '불' 로 월간문학신인상 당선
▶87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99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시집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