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파동'에 주저앉은 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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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에 대한 여권의 '5.3 변칙처리' 를 둘러싸고 여야는 4일 한치의 양보가 없는 공방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공동여당의 처사를 의회주의를 파괴한 정치적 폭거로 규정, 대규모 옥외집회를 계획하는 등 초강경 투쟁원칙을 확인했다.

여권은 야당과의 맞대응을 피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한 직접대화를 통해 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로 법안의 강행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부각하기로 했다.

◇ 한나라당 = 국회 본회의에서 변칙처리를 강행한 국민회의를 '정치 패륜집단' 으로 몰아세우며 대여 (對與)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의회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리게 한 파렴치 집단 국민회의를 국민과 역사 앞에 고발한다" 고 목청을 돋웠다.

그는 "국민회의는 날치기가 일상화되고 말 뒤집기가 습관화된 정치 패륜집단" 이라는 등 원색적 표현을 죄다 동원했다.

두차례의 대규모 옥외집회를 갖기로 한 이날 결정은 국정보고대회 형식의 옥내집회를 한 두차례 개최키로 한 전날밤 긴급 총재단회의 결정보다 한발 더 나간 초강수. 여기에는 3.30 재보선 불.탈법 시비의 쟁점화에 사실상 실패한 뒤 다시 찾아온 호재인 만큼 이를 집중 부각, 6.3 재선거에 활용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책략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여권 =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법안 일방처리가 야당의 무조건적 반대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명분을 걸었다.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이회창 (李會昌) 총재 체제가 시작된 이후 유일무이한 무기로 끊임없이 사용돼왔던 것" 이라고 꼬집고는 "그러나 민심은 결코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을 것" 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야당의 초강경 대응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두 여당은 맞대응을 삼가고 당분간 냉각기를 가진 뒤 대화 재개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편으론 국회 휴회기간 중 지구당별로 개혁 보고대회를 열어 국정개혁과 야당의 발목잡기 실상을 알리는 적극적 방어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하경.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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