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복의 파리에세이] 시라크-조스팽 '相生의 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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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프랑스 말로 '코아비타시옹 (cohabitation)' 이라고 하는 '동거 (同居) 정부' 는 쌍두마차에 종종 비유된다.

두 마리 말이 호흡을 맞춰 힘을 모으면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생각과 계산이 서로 달라 티격태격한다면 제대로 전진하지 못할 뿐더러 사고가 날 위험도 있다.

그러면 동거정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는 어떤가.

현재 동거정부의 두 주역 자크 시라크 대통령 (우파) 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 (좌파) 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프랑스 주간신문인 '주르날 드 디망시' 가 여론조사기관인 IFOP와 매월 실시하는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4월중 시라크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63%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우승 당시 기록했던 62%보다 높은 것으로 4년 전 취임 이래 월별 최고기록이다.

조스팽 총리에 대한 지지율도 전달보다 11%포인트가 수직상승, 60%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정치분석가들은 유고사태를 지적하고 있다.

'위기상황' 에서 두 마리 말이 제대로 팀워크를 이루고 있는데 대한 국민들의 안도감과 신뢰가 두 사람에 대한 동반지지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동거정부에서도 외교.국방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 한달 동안 네 차례나 텔레비전에 출연, 대 (對) 유고 무력개입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강공정책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무력개입에 반대하는 공산당과 연립 중인 좌파정부의 내홍 (內訌)에도 불구하고 조스팽 총리는 외견상 시라크 대통령과 완벽하게 일치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불화와 마찰을 빚던 평소와 달리 '모범적 쌍두마차' 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적으로 서로 이익을 보는 '상생 (相生)' 의 묘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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