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불똥 튈까' 떠는 정치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병역비리사건의 불똥이 정치권과 고위공직자에게로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과 국방부의 병역비리 수사 결과 정치인 등 고위층은 적발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30일 여의도 주변엔 징집면제판정을 받은 아들을 둔 의원들의 명단이 흘러다녔다.

현직 국회의원 중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의원수가 44명이나 된다는 한 신문 조사도 때맞춰 나왔다.

보충역 복무까지 포함하면 대략 국회의원 아들 3명 중 1명꼴로 현역 복무를 하지 않았다.

국회국방위의 한 관계자는 병무청의 업무보고 때 "정말 정치권 인사는 없느냐" 며 거듭 확인했을 정도. 수사관계자들은 "돈이 오간 청탁은 계좌추적이라도 하면 잡아낼 수 있지만, 지위를 이용한 압력은 파악하기 곤란하다" 고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의혹을 받고 있는 현역 의원들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수사의 대상기간인 95~98년에 아들이 군 면제를 받은 것은 틀림없지만 질병이나 시력 등 신체적 결격 사유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갔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둘째아들이 면제를 받은 한 의원은 "무릎 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았고, 특수층 아들이라고 해서 국군통합병원에서 네 차례나 정밀검사를 받았다" 고 설명.

흥미로운 것은 이들 의원이 대부분 한나라당이라는 점. 때문에 일부 의원은 "이미 다 검증 받은 내용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을 보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 고 반발하고 있다.

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