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천재수학자 폴 에르시디 이야기 책으로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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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수단 중 수학이야말로 그 으뜸이다.그 중독성을 섹스.마약.취미생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 이는 수학자 지안카를로 로타가 수학의 매력에 대해 정의한 말이다.

헝가리 출신의 천재 수학자 폴 에르시디 (1913~1996)가 꼭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4살 때 음수 (陰數) 를 깨치고 스무 살 때 '체비세프의 정의' 를 증명한 그는 일정한 집도 직업도 없이 평생을 수학의 아름다움에만 빠져 살았다.

빈 가방 하나 달랑 들고 학회가 열리는 곳을 찾아 여행한 그는 동료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을 이어갔고 대신 수학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신세를 갚았다.

그렇게 수학에만 골몰해 온 에르시디는 바르샤바에서 열리던 학회 참석 중 신발을 신은 채 수학문제와 씨름하다 세상을 떠난다.

'화성에서 온 수학자' (브루스 쉐흐터 지음.박영훈 옮김.지호.1만2천원) 는 20세기 최고 수학자에 대한 전기이자 현대 수학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다.

컴퓨터 과학의 기초가 되는 이산수학 분야를 창안했고 수론과 조합론.확률론 등 수학의 전 분야를 섭렵, 1천5백편의 논문을 남긴 그. 한 시대를 풍미한 한 수학자의 일생은 수학의 흐름과 함께 수학 세계가 우리와 얼마나 밀접하게 얽혀 있는지도 짚어주는 계기가 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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