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 전교생에 통장선물…대전 대덕중 장옥희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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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전 대덕중 장옥희 (張玉姬.60.여) 교장이 사재를 털어 전교생들에게 통장을 만들어 줘 화제다.

張교장은 지난해 4월 전교생 9백여명에게 1인당 1천원이 입금된 농협적립식 통장을 만들어준 데 이어 지난달 초엔 올 신입생 3백42명 전원에게 입학기념으로 똑같은 통장을 1개씩 선물했다.

또 지난 2월말엔 지난 1년간 저금을 가장 모범적으로 한 배만호 (裵萬鎬.15.3학년) 군 등 30여명에게 표창장을 주었다.

張교장은 그러나 저금을 '많이' 하는 학생보다는 '자주' 하는 학생을 더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저축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월 표창 땐 금액은 비록 25만여원에 불과하지만 10개월 동안 무려 48회나 농협을 드나든 윤지연 (尹池蓮.15.3학년) 양 등 저금을 자주 한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표창을 받았다.

30여년의 교직생활 중 박봉을 쪼개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로 소문난 張교장은 인근 갑천중학교장으로 있을 때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검도선수들에게 학부모 몰래 보약을 지어 먹이기도 했다.

지난해 3월,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대덕중학교에 부임한 張교장은 부임하자마자 '학생 용돈 줄이기' 를 첫 교육목표로 세운다.

서민 밀집지역에 자리잡은 종전 학교와 달리 대덕연구단지에 자리잡은 대덕중학교는 학부모들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전국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높아 학생들의 용돈 사정도 대부분 넉넉하기 때문이었다.

"IMF 사태로 다른 학교에서는 점심도 못 먹는 아이들이 상당수에 달하는 반면 우리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를 잘 만나 학교생활을 걱정없이 하고 있더라고요. 용돈이 너무 많으면 혹시 탈선할지도 모르고요. "

張교장이 요즈음 학생들에게 건네는 가장 흔한 인사는 "이 녀석들아, 내가 40만원짜리 투피스 두벌 값으로 너희 통장 만들어줬으니 저금 열심히 해라" 라는 것이다.

대전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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