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화면 얼굴숙였을땐 판독률 6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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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범죄와 전쟁' 과정에서 CCTV카메라를 곳곳에 늘려갈 계획을 갖고 있는 각국 정부에 경종을 울려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이 CCTV화면에 나오는 얼굴을 판독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예상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것. 따라서 CCTV화면만으로 범인을 지목해 기소할 경우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최근 영국 스털링대 빅키 부르스.글래스고대 마이크 버튼교수가 2백30명의 개방대학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CCTV화면에 잡힌 얼굴을 판독해 내는 실험을 한 결과.

이들은 영국 경찰훈련생 중 젊고 머리형이 비슷한 백인 남자들을 면도를 말끔히 하게 한 뒤 CCTV로 찍고 이를 사진으로 뽑은 뒤 비슷하게 생긴 사람 10명을 사진 찍어 두 사진을 실험생에게 보여주며 같은 사람을 고르게 했다.

그 결과 화면상태가 좋고 얼굴이 전부 드러나며 웃거나 찡그리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찍힌 CCTV사진조차 실험생 가운데 70%만 대상을 정확히 맞춘 것. 웃고 있는 모습에선 정확도가 64%로 떨어졌고 얼굴을 30°기울인 상태에선 정확도가 61%에 그쳤다.

스털링대 학생들 60명에게 화면상태가 매우 좋은 CCTV화면이 담긴 테이프 자체를 주고 10장의 각기 다른 얼굴 사진을 본 뒤 주인공을 찾아내게 한 실험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판독률을 보였다.

화면을 얼마든지 반복해서 돌려 보고 정지 화면도 자유롭게 볼 수 있었지만 판독률은 79%에 그친 것.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을 CCTV로 찍은 경우는 판독률이 90%로 올라갔다.

브루스 박사는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CCTV와 실물이 매우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반면 전혀 다른 사람도 CCTV와 실물을 비교해보면 매우 닮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고 밝혔다.

따라서 연구팀은 배심원이나 판사가 CCTV화면을 증거물로 채택하면 잘못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에서도 한 택시기사가 CCTV화면외에 아무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절도혐의 1심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혀진 바 있다.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에는 현재 90만대에서 1백만대의 CCTV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며 매년 10만대 정도가 늘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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