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컴 6월 본격가동…장기·좁은지역 예보에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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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슈퍼컴퓨터가 없어서…. " 여름철 물난리를 겪을 때마다 기상청 주변에서 빠지지 않고 이런 얘기가 들려왔다.

그러나 이번 여름부터는 설령 예보가 잘못됐더라도 더 이상 슈퍼컴 탓은 하기 힘들 것 같다. 기상청이 내달 초 그간 간절히 바라왔던 슈퍼컴 (NEC제) 을 손에 넣게됐기 때문이다. 이 슈퍼컴은 한달 간 예비가동 한 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지구온난화.엘니뇨.라니냐 등으로 날씨는 한치 앞 내다보기가 과거보다 훨씬 힘들어졌다. 과연 슈퍼컴 도입이 예보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까. 기상전문가들은 "날씨 예보에 대한 최종 판단은 예보관에 달려있다.

슈퍼컴이 더 자세한 정보를 빠르게 줄 수는 있지만 슈퍼컴 도입으로 예보의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고 말한다.

기상청의 새 슈퍼컴은 기존의 '고물' 슈퍼컴에 비해 이론상으론 성능이 1백 배 가량 좋은 것이다. 실제 예보 프로그램도 이만큼은 아니지만 40~60배 가량 빨리 돌아간다.

예컨대 5일 앞서 예보를 내는데 기존 슈퍼컴으론 3시간이 걸렸지만 새 슈퍼컴은 30분 이내에 끝낼 수 있다. 또 예보 '해상도' 도 40㎞에서 10㎞로 정밀해진다.

과거에는 서울은 전역을 한 단위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론 서너개 구 (區) 의 날씨만 따로 떼어내 예보할 수 있게 되는 것. 좁은 지역에 갑작스럽게 내리는 이른바 국지성 집중호우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1~2시간 후 혹은 이튿날 날씨라면 슈퍼컴이 수분 정도 빨리 예보자료를 가공해 준다는 게 큰 도움이 안될 수 있다. 이래서 초단기 기상재해에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새 슈퍼컴이 도입되면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열흘 전과 한달 전 예보가 가능해져 중장기 예보는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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