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돈의 뉴욕뉴욕] 법석떨지 않는 '총격'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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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일 발생한 컬럼바인 고교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온통 들끓고 있다.

미국인들은 요즈음 모이기만 하면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슬럼가도 아닌 교내에서 빚어질 수 있는지, 범행동기가 무엇인지 등을 화제로 입에 거품을 문다.

이래서야 어떻게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느냐는 개탄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하기야 이런 사건이 한두번도 아니고 97년 가을 이후 벌써 일곱번째나 벌어졌고 장소도 한 두 지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미국 전역을 옮겨다니고 있으니 그야말로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언론들도 연일 대서특필이다.

'증오범죄' 라느니, '열등의식이 빚어낸 관심끌기' 라느니, '가치관의 붕괴가 야기한 인간성의 황폐' 라느니 원인분석이 다양하다.

'학교내 상담심리학자의 상주' '인터넷 무기판매 원천봉쇄' '모방범죄의 폐단을 알리는 교과목 개설' 등 제안도 가지가지다.

그야말로 온 사회가 패닉상태다.

그런데 신기하게 (?) 비치는 게 있다.

책임자 인책론이나 사태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론 같은 것이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물론 언론에서도 전혀 거론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 같았으면 벌써 해당 고교장은 물론 교육감이나 교육부장관의 목이 줄줄이 떨어졌을 것이고, 발본색원 (拔本塞源) 을 위한 종합대책이 몇번이나 나왔을 것이다.

얼마전 국회의사당에서 총기난동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사회의 이 '관대함과 느긋함' 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무리 끔찍한 사건이 빈발한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비상식적인 소수에 국한된 사안일 뿐 사회 전체의 본류는 제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대형 사건 그 이후' 에서 한국사회와 미국 사회의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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