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아리송한 감독 해임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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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78년 이후 21년동안 '삼성의 얼굴' 로 활약해온 프로농구 삼성 이인표 단장이 해임됐다. 구단은 "이단장이 재계약을 고사했다" 고 발표했지만 본인은 "서운하지만 구단 결정이니 받아들인다" 고 밝혔다.

이단장의 퇴진 소감은 지난 시즌 다른 입을 통해 자주 들어온 이야기다. 시즌 초반 해임된 SK 안준호 감독, 시즌 종료후 해임된 나래 최명룡 감독도 똑같은 말을 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구단의 결정' 이다. 우선 해임 사유가 추상적이다.

'명문으로 도약하기 위해' , '팀의 재건을 위해' 이런 식이다. 만사 (萬事) 로 통하는 인사의 이유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뿐이다.

프로스포츠는 성적으로 말하는 산업이다. 종사자들이 건전한 노력과 경쟁을 통해 성적을 생산하고 그에 상응한 보상을 받는 것이 이 산업의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SK 안감독은 시즌 초반 6경기만에 물러났다. 나래 최감독은 팀을 정규리그.플레이오프 4강에 올렸다. 삼성의 이단장은 프로출범후 처음으로 팀을 플레이오프 4강으로 이끌었다. 모두 성적이 문제는 아니었다.

구단 측은 부인할지 모르지만 문제는 결국 구단주를 비롯, 구단 운영책임자의 프로스포츠에 대한 이해와 도의가 결여된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임된 종사자들은 '높은 분' 들의 '마음' 에 들지 못한 것이다.

경쟁과 보상의 원칙이 배제되면 프로가 아니다. 종사자들은 살아 남기 위해 편법.담합, 그리고 연습보다는 고위층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온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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