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꺼낸 정계개편…김정길 수석 신당설에 정가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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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2일 느닷없이 튀어나온 김정길 (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의 '큰 틀의 정계개편론' 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9일 있었던 청와대 2여 (與) 수뇌회담후 여권 내에선 내각제나 합당문제 같은 고감도 정치이슈는 거론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

또 지난 3.17 '김대중 (金大中) - 이회창 (李會昌) 총재회담' 에서 '인위적 정계개편 등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 는 합의문이 나온 뒤 정계개편이란 말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런 상황에서 수시로 金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를 만나는 金수석이 " (자민련과의) 합당보다 새로운 정치형태로의 창당이나 정계개편으로 가야 한다" 는 충격발언을 한 것이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본인을 비롯한 청와대.국민회의 관계자들은 즉각 "사견이며 원론일 뿐" 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金대통령 의중의 일단이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金수석의 돌출발언은 국민회의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이 공식화한 "8월 전당대회는 창당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준비해야 한다" 는 발언을 떠올리기도 했다.

金수석은 특히 金대통령이 구상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같은 제도적 변화만으론 지역분할구도를 깰 수 없다는 배경설명까지 소상히 했다.

대신 정책과 이념 중심의 정계개편과 한나라당의 일부 세력, 젊은 층.여성을 아우르는 신당 가능성을 강조해 상당히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겼다.

그래서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 세력과의 이른바 민주대연합을 추진하고, 이에 동조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집단적으로 참여시키는 새로운 집권당을 탄생시킨다' 는 한때 잠복했던 신당론이 다시 나왔다.

물론 이럴 경우 국민회의는 간판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민련은 합당대상이 아니라 참여주체가 될 수 있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큰 틀의 정계개편론' 이 여권에 산재돼 있긴 하지만 아직은 실체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이를 수행할 추진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민련과의 공조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으면 안되며 한나라당의 완강한 저항을 돌파할 정치력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게 여권 다수의 의견이다.

金수석의 발언에 金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담긴 것인지, 또 이날 발언이 '여론과 정치권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애드벌룬 차원' 인지, 아니면 '실수' 인지 여부 등은 확실치 않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여권이 뭔가 근본적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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