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페로.조르주 뒤비 '여성의 역사3…' 5부작 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프랑스의 저명한 중세연구가 조르주 뒤비와 여성사 연구가인 미셸 페로가 6개국 67명 역사가의 글을 책임편집한 5부작 '여성의 역사 3:르네상스와 계몽주의의 역설' (새물결, 상.하 각권 1만9천원) .이 책을 보노라면 여성문제에 관한 한 인간이 이성 (理性)에 눈을 떴다는 통상적 의미의 근대관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된다.

볼테르의 '철학사전' 을 거론할 것도 없이 일반적으로 여성하면 생리적 특성으로 인한 열등감, 경우에 따라서는 일종의 저주 같은 것으로 묘사되기 일쑤였다.

어쩌면 이는 루이 16세는 물론 프랑스 전체를 파국으로 내몬 요부 (妖婦)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 여성상이 대중의 의식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철학자 몽테스키외 ( '여성은 신체적 매력으로 남성을 지배한다' ).루소 ( '여성은 남성을 즐겁게 하기 위해 태어난다' ) 의 사고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런 시대적 분위기는 니체 ( '여자를 만나러 가십니까. 채찍을 잊지 마십시오' ).프루동 ( '여자는 주부 아니면 창녀' ) 라는 표현에서 극에 달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그늘의 여성을 양지로 끌어내는 작업의 산물로 간주해도 무방해 보인다.

여성을 철저히 타자로 배제시킨 '남성 담론' 의 역사 (history) 를 '그의 이야기' 라고 한다면 이 책은 역사 (herstory) 를 '그녀의 이야기' 로 몰아가는 단초가 되기 충분하다.

허의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