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소보사태 개입과정 뉴 인터내셔널리즘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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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의 코소보사태 개입과정을 들여다 보면 이른바 '뉴 인터내셔널리즘' 의 핵심적인 정신이 그대로 반영돼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인권' 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개별 국가의 '주권' 에 앞선다는 인식이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나토의 대유고 공습의 목적이 코소보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행위의 종식에 있음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이는 지난 91년 걸프전과 그 이후 계속된 이라크에 대한 공습의 명분이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라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의 국익과 별반 관계없어 보이는 코소보내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주권국가인 유고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물론 다른 나라 인권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여기에 바탕을 둔 대외정책은 지미 카터 대통령 이후 미국 민주당 정부의 전통이다.

그러나 이번 유고공습은 유엔의 결의없이도 감행됐다는 점에서 차원을 달리 한다.

이같은 미국의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으로부터 나왔다.

그녀는 이미 지난해 3월 코소보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세르비아 당국이 보스니아에서 저지른 일들이 코소보에서 재연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 고 밝혔다.

그후 올브라이트는 여러 차례의 중재노력과 지난달 유고에 대한 공습결정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가 '인종청소' 와 같은 만행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줄기차게 개진해 왔다.

여기에 미국을 포함한 개별 국가의 이익이 반영될 여지는 없다.

게다가 이같은 미국 정부의 주장은 일반 대중에게도 먹혀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내에서 유고에 대한 공습을 지지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소보가 어디에 붙었는지도 모르던 일반 국민들이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이역만리 떨어진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 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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