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근 지사 기자회견] '12만달러 입증되면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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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일 오전 전북도청 서울사무실 (서울 마포 소재)에 나온 유종근 (柳鍾根) 전북지사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목소리가 조금씩 격앙됐다.

그는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를 끌어들이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한나라당이 '12만달러' 를 입증하면 자신이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고, 증명하지 못할 경우 李총재가 물러나라는 것이다.

그는 "공당이 나를 부도덕하고 후안무치한 사람으로 매도하면서 폭로작전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당 총재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고 공격했다.

그만큼 柳지사가 이 문제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려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권 핵심부에서도 이 문제를 조기진화하기 위해 柳지사에게 강력한 해명을 권유했다고 한다.

국민회의 고위 관계자는 柳지사에게 "모든 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柳지사는 자신의 잦은 해외출장 중의 외화사용 내역도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또 즉석에서 지갑을 꺼내 1백80달러의 지폐를 내보였다.

해외출장에서 개인용으로 가져가는 소액 중 남은 돈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한마디로 12만달러란 거액이 집안에 있을리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현금에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닌 이상 한나라당이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강수란 시각도 있다.

柳지사의 제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나라당은 "어이없는 발언" "부인으로 일관하다 결국 사실로 밝혀진 장학로 (金泳三대통령시절 청와대 부속실장) 사건이 떠오른다" 고 비아냥댔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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