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10조 더 늘려라" 정부, 기업에 채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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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부의 개입으로 올해 주식시장의 유상증자 물량이 당초 예상치 25조~30조원보다 10조원이상 많은 40조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기업들에 대해 증시 활황을 이용, 유상증자에 적극 나서고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독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들로부터 월단위 증자계획을 제출받고 이를 매월 점검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라 알아서 부채비율을 줄여나가면 그만이지 정부에서 증자에까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정덕구 (鄭德龜) 재정경제부차관은 18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기업들이 증시활황의 기회를 활용해 부채비율 감축목표를 달성하도록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면서 "주채권은행들로 하여금 64대 그룹의 월별 유상증자 계획을 제출받고 그 이행상황을 매월 점검토록 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근래 증시주변으로 시중자금이 급속하게 몰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유상증자 물량의 소화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동원증권 관계자는 "증시가 40조원에 달하는 증자물량을 소화하기에는 큰 부담이 따를 것" 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관계자는 "과거 87~88년 증시활황때 정부가 개입해 대규모 공개.증자물량을 쏟아낸 결과 주식시장이 장기침체의 수렁에 빠졌던 교훈을 되돌아봐야 한다" 고 경고했다.

기업들도 반발하고 있다. D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는 증자외에도 자산매각.외자유치 등 여러가지 수단을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면서 "1년치 증자계획을 월단위로까지 정부에 제출하는 것은 기업들의 재무정책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처사" 라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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