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기남 의장 사례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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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의 부친이 일제 때 일본군 헌병으로 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보도에 따르면 징병 기피자를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자세한 경위는 차차 밝혀질 것이다. 지금의 쟁점은 신 의장의 거짓말 여부다. 신 의장은 그동안 부친의 친일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측근을 통해 "광복 전에는 교사를 했고, 경찰에 입문한 것은 1946년"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보도가 나오자 신 의장은 "일제 때 경찰은 아니어서 (일제 때 경찰 복무설을) 부인했고, 군복무 경력은 언젠가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구구한 변명을 하기보다 내용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집권당 대표답다.

물론 우리는 연좌제를 반대한다. 따라서 신 의장의 부친이 무엇을 했던 그 책임을 신 의장이 질 필요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신 의장이나 그가 대표하는 열린우리당이 친일진상 규명에 나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신 의장이 여권이 힘을 기울이는 과거청산 작업을 계속 지휘할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은 열린우리당 몫이다. 하지만 거짓 해명 부분에 대해서는 신 의장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번 사례는 귀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 과거를 들추는 작업이 얼마나 힘들고 복잡한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제와 분단.전쟁, 그리고 독재 시대는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다. 이 시대를 살아온 국민에게는 그때 그때 삶의 한 부분이다. 그런 만큼 조사가 본격화하면 어떤 사례가 어느 국면에서 터져나올지 모른다. 신 의장의 입장에 서야 할 사람은 앞으로 숱하게 나올 것이다.

이를 헤아리고 논란이 가져올 후유증과 국력 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는 이 때문에 신중하고도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 정치인이 아닌 전문가가 맡아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래야만 비로소 진실을 밝히고 미래로 간다는 당초의 뜻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