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제2창당 각오'…조찬강연서 '새정치'구상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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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14일 새 정치 구상의 일단을 내비쳤다.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초청 조찬 강연에서 李총재는 '뉴 밀레니엄 리더십 (새 천년의 지도력)' 과 '제2 창당' 을 화두로 꺼냈다.

이날 강연은 그가 지난해 8월 총재에 선출된 직후부터 '피를 토할 정도의' 대여 투쟁으로 펼칠 기회조차 찾지 못했던 이회창식 정치구상을 처음으로 제시하는 장 (場) 이었다.

李총재는 뉴 밀레니엄 리더십을 "21세기 국가 비전 성취를 위해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 이라고 규정, 과거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국민 개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인본주의, 민주적 리더십, 법치 존중, 실용주의, 시대변화를 읽는 통찰력, 국제적 감각, 통일에의 비전과 전략 등을 갖춘 리더십" 이라고 원론적 수준의 설명을 했다.

李총재는 이어 과거의 정치를 보스 중심의 정치,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 규정했다.

그는 또 "군인이든, 야당 파벌 보스로서 최고 지도자에 올랐든 법을 중시하지 않고는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없다" 고 했다.

李총재는 새로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제2 창당' 의 각오도 다졌다.

과거 군사정권의 산물인 민정당부터 경제파탄 시절의 신한국당까지를 이어받은 한나라당의 짐은 너무 무겁다.

李총재는 내년 총선을 계기로 이 모든 짐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핵심 참모들은 "한나라당 당헌이나 당명까지 바꿀 수 있다" 고 했다.

총선에서의 물갈이를 포함, 대대적으로 당을 개혁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말이다.

李총재가 이날 '과감한 문호개방' 을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李총재는 "시대변화를 주도하는 참신하고 역량있는 엘리트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하겠다" 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젊은층 수혈론' 과 같은 맥락인 李총재의 문호개방론은 복잡한 계파로 구성된 한나라당을 李총재의 리더십이 먹혀들어갈 수 있는 당으로 다시 꾸리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원론적이고 추상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李총재의 뉴 밀레니엄 리더십 구상이 당내 반발과 대여관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할지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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