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골프] 노먼, 4R 무너져 '96년 악몽'되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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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마스터스의 신은 또다시 '백상어' 그레그 노먼을 거부했다. 3라운드에서 2위에 오르며 우승기회를 잡았던 노먼은 결국 마스터스의 불운을 극복하지 못하고 화려한 조연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96년 대회에서 6타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으나 닉 팔도 (영국)에게 오히려 5타차로 역전패하는 등 골프 사상 유례없는 치욕의 역전패를 당했던 노먼. 브리티시오픈을 두번이나 제패했던 노먼이지만 마스터스에서 만큼은 세차례나 준우승에 머무르는 등 지독히도 인연이 없던 불운이 또한번 재연됐다.

특히 지난 87년 대회 연장전에서는 래리 마이즈의 기적적인 칩샷 버디로 분루를 삼켜야 했던 노먼은 이번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도 한때 선두에 나섰으나 14, 15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는 뒷심 부족으로 다 잡았던 우승을 날려버리는 등 마스터스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공격적인 플레이로 타이거 우즈 등장 이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노먼의 플레이 스타일은 '터프가이' 보다는 얌전한 플레이를 원하는 오거스타에 의해 또한번 희생되고 말았다.

"만족할 만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그렇지만 올해가 마지막 마스터스는 아니다."

올해 44세의 노장 골퍼 노먼은 언젠가 그린재킷을 입을 것으로 자신한 듯 시상식장을 빠져나갔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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