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유치원' 5천회 빠짐없이 동요지도 작곡가 김방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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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KBS1 어린이 프로 'TV유치원' (월~토 오전7시50분) 이 12일로 5천회를 기록한다. 그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은 사람이 있다. 아이들에게 노래와 율동을 지도하는 동요작곡가 김방옥 (60) 씨. 82년 9월20일부터 17년 동안 어린이의 친구로 살아왔다.

그런 만큼 어린이에 대한 애착과 아쉬움이 남다르다. 그래서 방송가에선 그를 '어린이 프로의 산증인' 이라고 부른다.

"동요가 갈수록 천대받는 추세입니다. 예전엔 '모이자 노래하자' '누가 누가 잘하나' '이주일의 동요' 등의 프로가 맥을 이어왔으나 지금은 하나도 없어요. " 김씨는 특히 동요를 잃어버린 요즘 아이들의 정서를 걱정했다. 갈수록 아이들이 이기적으로 변하고 성격도 불안해지는 원인으로 동요문화의 실종을 들었다.

"동요는 정확한 리듬과 박자가 생명입니다. 마치 수학공부하는 것과 같아요. 악보에 따라 한마디 한마디 부르다보면 IQ도 높아질 수 있죠.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들은 아이들의 머리가 좋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러나 가요는 그렇지 않아요. 창법 자체가 동요와 다릅니다. 기분대로 줄이거나 늘이는 경우가 많죠. 요즘 아이들이 흥분을 잘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노래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 김씨는 일본의 예를 들며 우리의 현실도 비판한다.

일본에선 작은 마을 단위로 합창제 등 어린이 음악회가 정기적으로 열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에티켓을 몸으로 익힌다는 것. "소리를 질러대는 것말고 우리가 가르친 것이 무엇인가요.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들에게 인격과 품위를 기대하긴 어렵지요. " 김씨는 또한 동요작곡가들의 대가 끊기지 않을까 우려했다.

워낙 동요를 발표할 공간이 없어 신진작곡가들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 김씨가 어린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 'TV유치원' 훨씬 이전으로 올라간다. TV가 없던 고교 시절부터 라디오에서 동요를 불렀고 서울교육대학과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현재까지 40여년간 아이들과 동고동락했다.

그동안 스쳐간 아이들만 어림잡아 1만여명. '모두 다 홉홉홉 뒤어라' '그대로 멈춰라' '둘이 살짝' 등 1백50여곡의 노래를 지었고 지난해엔 작곡생활 40년을 되돌아본 발표회도 가졌다.

"나이 이순 (耳順)에도 40대 초반으로 보인다" 고 묻자 "아이들과 함께 한 덕택이죠" 라고 겸손해한다.

"디스코장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내려오지 않아요. " 신동인 PD가 귀띔해준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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